나오미 군지 '직관의 시간'展


May.03.2022 - Jul.03.2022




chapterⅠ 플랑드르에서 아카데믹 화풍까지


  15세기 이후 플랑드르 회화의 미학적 특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대상의 정확한 관찰과 현실적이고 치밀한 세부 묘사를 위해 빛을 중요하게 다루는 점이 있다. 나오미 군지 작가의 1980년 초~1990년대 후반 작품은 인물·풍경·정물을 망라하여 아카데미즘이 요구하는 조형 개념 및 기법을 정확히 표현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사실주의 화풍에 가장 충실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Still life–1992> 작품에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습득에 그치지 않고 사실주의 회화에서 요구하는 수준 높은 조형성 및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조형미는 아카데미즘이 지향해 온 순수미의 전범典範으로서 손색없다. 보이는 사실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사실주의 조형적인 이념을 견지하는 가운데 풍부한 美的 감수성을 시각적인 세련된 이미지로 변환해내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chapterⅡ 신고전주의에서 자연주의 風景으로


     르네상스 Renaissance 운동으로 인해 신본주의에서 벗어나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17세기에 이르러 서양에서 풍경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이 자연과 자연 현상을 파악하는 주체의 역할을 자각하면서부터이다. 전통적인 ‘美’의식인 ‘아름다움’의 표현이 자연이 주는 놀라움, 극한의 경지에서 오는 공포심, 절대불변의 자연법칙에서 오는 경외감 등에서 ‘숭고미’ 개념이 세분되어 나온다. 

그녀는 2000년대 이후부터 일상적인 풍경의 소재에서 美的 가치, 自然의 생명력을 발견하고 그 안에 함축된 연결고리를 가지고 내면 의식을 반영하고자 한 <예감 2016>에서는 심장이란 캔버스에 펜으로 아로새긴 듯한 풍경이 절절하게 다가온다.<2018-Spring, Summer, Autumn, Winter>사계절의 풍경화에서는 자연에 대한 탐구와 존중, 자연에 깊은 애정을 갖고 그 자연에 스며들어 자연의 미묘한 빛과 공기의 변화를 詩的 공감각적인 표현으로 崇高美의 감동을 준다. 동시대의 개념미술, 추상화 열풍 가운데서도 구상풍경화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만의 아우라Aura를 ‘自然主義 風景’ 화풍으로 초월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chapterⅢ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直觀의 時間으로


     자연 속에 각인된 生死를 사유하며 “눈 부시는 빛을 영혼에 새기고 싶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은 아름답다.” 삼라만상 속에 담긴 ‘필멸의 죽음’이라는 짙은 그림자는 일상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쳐있음을 환기하고 눈부시게 강렬한 절박함을 부여한다. 드러나 보이는 화려한 모습 이면에 소멸, 사라짐의 숙명(죽음)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죽음이 작가에게 있어 삶을 무력화시키고, 회의적으로 만드는 죽음이 아니고, 현재의 시간을 절실하게 살아가게 하고 죽음이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순간을 생명력 있게 살아내도록 하는 힘의 원동력, 원천이 되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작가 노트 

伴侶者의 죽음은 그녀의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힌 듯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자연의 순환을 공명共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표현 공감하며 큰 흐름으로 순환하고 있는 자연주의 풍경으로 작가자신의 ‘생전장生前葬’ 展儀式을 치렀다.

存在 그 자체가 실존적 표현이기도 한 반려자의 숨결 위에 새겨진 <空 2020-3> 실험적인 다양한 재료의 외연外緣의 확장과 긴장감이 결연한 전율이 느껴진다. 

<Summer-2022-1>작품은 ‘그림을 그리면서 가슴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기쁘게 상기되었다.’라고 작가는 표현하였다. 즉 물아일체物我一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 直觀의 時間 속으로 몰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타자도 직관의 시간 속으로 몰입시키고 있다.


본전시는 나오미 군지 작가가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유화과를 졸업 후 한국으로 유학,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까지의 화업畫業 30여 년을 시기별로 변화 발전하는 과정을 회고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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